믿음~!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유일한 길?
믿음~!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유일한 길?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나만의 여정을 떠나기란 쉽지 않다. 과거는 나를 안정과 편안이라는 이름으로 유혹한다. 이 유혹을 떨쳐내려면 불편하고 낯선 미지의 세계로 자신을 진입시켜야 한다.
어제의 상태로부터 자신을 강제로 이탈시키는 행위를 '엑스터시(ecstasy)'라고 한다. 엑스터시는 보통 무당이 경험하는 입신의 경지나 마약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는 '자신의 과거나 사회가 부여한 수동적인 상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가려는 투쟁'을 의미한다. 무아의 상태로 진입하려는 마음과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이다.
그러나 나만의 길을 가겠다는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기란 무척 어렵다. 이때 결심으 ㄹ단단하게 여며주고 상기시켜주는 고마운 도우미가 있다. 바로 육체적 운동이다.
한 멘토를 만났다. 그는 내게 오로지 이것만을 주문했다.
"아침마다 달리십시오.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공부하십시오."
솔직히 말해 이 조언의 심오한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래도 그의 말을 및고 아침마다 뛰기 시작했다. 그때 살고 있던 동네를 한 바퀴 도는 데 40분 정도가 걸렸다. 아침 달리기를 건너뛸 핑계는 수천, 수만가지다. 피곤해서, 바빠서, 약속이 있어서 등등.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그럴싸하고 달콤한 유혹들이 나를 혼미하게 한다.
운동복과 운동화를 착용하고 뛰기 시작하면서도 그 유혹의 꼬리를 붙들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고만 싶어진다. 이 아침에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과연 제정신일까 하는 생각으로 달리다 보면 어느새 숨이 찬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하면서 달리다 보면 그새 또 10분이 지나 있다.
마라톤 동호회 모임에서 늘 외치는 구호가 있다.
"30초를 달리 수 있다면 마라톤도 완주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이 구호가 상투적인 거짓말이라고 투덜 거리면서도 계속해서 달린다. 어느새 20분이 지나고 슬슬 다리에 통증이 느껴진다. 그렇게 괴로운 순간들을 마주하며 달리다 보면 또 10분이 지나 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순간에 진입한다. 나는 나 자신으로부터 탈출하는 이 30분경에 도달하는 순간을 무척 좋아한다. 엑스터시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후 10부닝 순식간에 지나가면서 천상의 선물이 몸 속으로 스며든다. 온 몸에서 솟아나는 땀, 근육의 미세한 떨림, 심장의 두근거림, 거친 숨소리, 그리고 자연스레 얼굴에 퍼지는 미소, 비록 발은 땅을 딛고 잇지만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이 단계에 진입하면 나는 전력을 다해 질주한다. 이 순간의 엑스터시는 나의 하루를 가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일본에는 하늘로 날아간 물고기에 관한 신화가 있다. 하늘로 날아간 이 물고기의 이름은 '코이'다. 코이는 '잉어'를 뜻하는 일본어로, 연못이나 어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황색 물고기다.
아주 옛날 조그많고 연약한 코이 한 마리가 있었다. 코이는 어느 날 불가능한 조전을 하기로 결심한다. 모든 수고들 중 가장 숭고한 행위인 깨달음에 도달하려면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강물을 거슬러 올라 '갈 때까지 가보는 힘겨운 노력'이다. 코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매순간 집중하고 몰입해야 한다. 한눈을 팔았다가는 자신도 모르게 바다입구까지 떠내려갈 수도 있다. 강물에 몸을 싣고 하류로 내려가는 다른 물고기들은 코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물살을 따라 하류에서 어울려 살면 되지 굳이 왜 강물을 대적할까?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코이는 외로웠다. 물론 다름 물고기들처럼 강물에 몸을 맡기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런 코이에게는 다른 잉어들이 갖고 있지 않은 게 있었다. 바로 호기심이다. 자신에 대한 그리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 자신과 세상의 기원에 대한 호기심, 코이는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고 싶었다. 강의 끝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자신의 원천이 과연 어디인지 알고 싶었다. 나아가 자신이 어떤 존재이며, 자신에게 강물을 거슬러 오를 용기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 코이는 뾰족한 돌에 부딪쳐 피가 나고, 다른 포식 어류들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쉽사리 포기하지 않앗다. 강물의 원천을 향한 외로운 여행을 결코 멈추지 않아다. 코이는 숱한 장애물과 맞닥뜨린다. 자신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생각과도 맞닥뜨린다. 불안, 두려움, 포기의 유혹이 코이의 마음을 갉아먹었다. 그럴 때마다 코이는 그것들을 자신을 단련시키는 계기로 삼았다. 상류로 갈수록 물길은 거세고 지세는 가팔랐다. 체력이 강해진 만큼 극복해야 할 장애물도 강력해졌다. 체력이 거의 고갈되었을 즈음 코이를 완벽하게 좌절시킬 만큼 무시무시한 장애물이 등장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직각의 폭포였다. 폭포수는 쉴 새 없이 낙하하며 세찬 물방울을 튕겨냈다. 폭포는 코이의 지친 몸을 산산이 조각낼 만큼 무시무시했다. 이 폭포를 도저히 거슬러 오를 수 없을 거라는 사실에 코이는 망연자실했다. 하지만 코이에게는 마지막 방법이 남아 있었다. 코이는 상상력을 동원해 결심하낟. "내가 비록 물고기에 지나지 않지만, 물고기이기를 포기하겠다. 그리고 내 지느러미와 꼬리를 날개로 만들어 폭포 위로 날아가겠다." 코이의 자기믿음은 확고했다. 그 순간 그는 한 마리 용이 됐다. 자신을 향한 믿음이 그를 용으로 변하게 한 것이다. 예수도 <신약성서>에서 병자를 고쳤을 때, 자신이 그를 고쳐주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예수는 "너의 믿음이 너를 구원했다."라고 말한다. 자기믿음만이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
문제는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믿을 수 있는가이다. 코이는 자신을 가차 없이 떠밀어내는 강물의 속박에서 벗어나 한 마리 용이 되어 훨훨 하늘을 날아오른다. 자유로운 존재가 된 자신을 보며, 그리고 발아래 아스라이 멀어지는 폭포수를 보며 코이는 눈물을 흘린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은 매순간 자기확신과 그 확신을 지켜내는 인내다. 끊임없이 우리를 다른 무엇이되라고 유혹하고 강요하는 세상에서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사는 것은 얼마나 숭고한 일인가! 그것이 참된 성공의 의미는 아닐까?
[출처] 심연,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배철현,21세기북스,2019)에서
믿음!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유일한 길이다. 나를 믿고 나를 더욱 사랑하자.